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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한 편 - 제30화 국립극장에서 배우 `심영` 피격
김두한 편
제30화 국립극장에서 배우 `심영` 피격
1969.11.16 방송
1969년 10월 14일부터 1970년 1월 26일까지 방송된 ‘노변야화’ 김두한편에는 김두한의 출생부터 종로 주먹, 국회의원으로 활약하기까지의 인생역정이 담겨있다.
─ 예술가 동맹을 부수던 때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볼까요.

▲ 영화를 상영한다, 연극을 한다, 또 노래를 부른다. 그런데 공산당 사상이 주입된 것들을 하게 되면 가장 감수성이 빠른 청년들에게 공산주의 혁명 이론이 엄청 잘 먹히는 거예요. 그렇지 않습니까? 우리가 아무리 반공사상이 철저하다고 하더라도 100% 다는 아니다 이거예요. 다수의 무산대중이 있거든요.

우리 나라에 노동자, 농민처럼 춥고 배고픈 사람들이 60% 이상 된다 이거예요. 지금도 공산주의 혁명 영화를 돌리면 공산당 나쁜 놈들 하면서도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이 인간의 심정입니다.
대한적십자사, 서울방송국 가는 길에 큰 절이 있는데, 제 사무실이 그 절 뒤쪽으로 가면 있었어요. 지하실도 한 50평 돼요. 그리로 예술가 동맹 책임자들을 불렀어요. 배우들을 비롯해 작가, 가수 등 한 60여 명이 왔죠.

내가 얘기했습니다. ‘당신네들이 일정 때는 일본을 위해 영화했고, 전장에 나가는 노래를 불렀고, 글을 썼는데, 이번에는 공산당을 찬양하는 노래나 연극을 하느냐. 앞으로 공산당 영화나 연극, 노래가 내 눈에 띄면 모두 죽여버리겠다’고 윽박질렀죠.그런 다음 지하실으로 데리고 가 전기불을 켰지요. ‘여기 양촛물하고 빙초산하고 청강수가 있다. 너희를 잡아다 여기다 처넣고 발로 밟으면 니들 뱃속으로 잘 들어갈 거다.’ 이렇게 겁을 주었지요. 예술가라는 게 무대 위에서는 강하지만 공갈 협박 받으면 한없이 약한 게 갸냘픈 계집애보다 더 약하거든. 부들부들 떨더군요. 양촛물에 심지를 꼽아 가지고 불을 붙이니까 얼마나 잘 타요. 섬칫하지요. 심지가 거의 다 타들어가니까 일부는 다시는 안 하겠습니다 하고 머리를 수그리고 나머지도 전부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그후 사무실에 있는데 정보가 들어오는 거예요. 중앙극장에서 연극을 한다는 거예요. <님>이라는 연극인데 주연이 심형일이라고 해요. 그래서 가봤죠. 가죽 잠바 입고, 양팔 쪽에 총 두 자루, 탄창 두 개 딱 차고선 총 든 부하들을 대동하고 가니 그냥 살얼음판이 따로 없어요. 경찰관 옆에서 연극을 보는데 적기가 팔랑거리더니 김일성을 찬양하는 혁명극을 하는 거예요. 그래서 나왔어요.

이거 아무래도 처치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해서 지금은 한일관이 있지만 그전에는 큰 일본 음식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거기서 글래스로 양주 한 병을 6명이 들이키고선 세 명은 정문, 나머지는 후문에 배치했는데 그날 따라 안개가 아주 자욱하게 끼었어요. 옆에 사람이 세 뼘 정도만 떨어져 있어도 잘 안 보이는 거예요.

연극이 끝나니까 심형일이가 나와서 종각쪽으로 가요. 심형일 부인이 종각 부근에서 황룡다방을 운영했거든요. 집은 사직공원 옆이고. 마누라와 마누라 친구를 데리고 어디를 갑디다. 자동차로 슬금슬금 뒤쫓았지요. 이 놈을 중구에서 쏘면 중구 경찰서서장이 책임을 져야 하고 종로에서 죽이면 종로서 관할이니까 다른 데서 죽여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그러다 보니 광교 조흥은행 앞까지 왔어요. 광교다리 가운데는 종로도 아니고 중구도 아니니까 딱 가운데 왔을 때 죽이면 되겠더란 말입니다.

광교다리가 돌로 만든 다리예요. 그래서 뒤쫓아가 잽싸게 세 방을 쐈어요. ‘으악’ 하고 비명소리가 나고 여자들도 ‘어머나’ 하고 털썩 주저 앉아요. 그래서 종각쪽으로 도망가서 근처에 있는 다이아몬드 바로 쑥 들어가서 뒷문으로 갔지요. 뒷문에서 권총 스프링을 빼서 동지들한테 맡겨놓았죠.

그러는데 한 동지가 뛰어오는 겁니다. 심형일이가 그 자리에서 죽지를 않아 병원으로 실려갔다는 겁니다. 그 말을 들으니까 안 되겠어요. 다시 죽여야겠더라구요.중부경찰서 부근에 백병원 있잖아요. 28호실 구석방에 있다는 거예요.

그 때는 세 명이 갔어요. 하나는 바깥에 있고 하나는 안에 있으려고…… 권총 가지고 문 탁 노크하고 열었단 말이에요. 들어가니까 마침 아무도 없고 한 사람이 누워 있어요. 턱을 주먹으로 탁 쳤거든요. 얼굴이 백지장인데, ‘너 심형일이 들어라. 너, 임마, 공산당 연극 안 한다고 연극동맹의 위원장으로서 나하고 약속하지 않았냐. 넌 죽어야겠다.’ 이러면서 그냥 쏴 버리려고 그랬는데 말이죠.

그 어머니가 갑자기 들어와서 그냥 날 붙들고 살려달라고 애원하는데, 여기에는 김두한이가 약하단 말이에요. 이게 내 결점이에요. 이게…

─ 결점이에요. 그게?

▲ 결점이지. 그냥 콱 쏘고 나가면 그만이거든.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고 아버지 없이 자랐는데 모르고 그랬다고, 아들을 살려 달라고 그러는데…… 참, 나도 어머니가 없이 세상을 자랐는데 불쌍한 생각이 들더라구요. ‘너 들어라, 앞으로 한번만 더 나오면 죽인다. 너희 동료들, 그 연극에 관련된 놈들 다 죽일 거니까 조심해라’ 이렇게만 하고 그냥 병원에서 나온 일이 있습니다.

(입력일 : 2007.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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