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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한 편 - 제28화 학병 동맹을 습격
김두한 편
제28화 학병 동맹을 습격
1969.11.14 방송
1969년 10월 14일부터 1970년 1월 26일까지 방송된 ‘노변야화’ 김두한편에는 김두한의 출생부터 종로 주먹, 국회의원으로 활약하기까지의 인생역정이 담겨있다.
─ 지난시간엔 국군준비대 습격이야기 였는데 그 사건이 일어난 때가 1945년 가을이나 겨울쯤 됐겠지요.

▲ 10월 16일쯤 됐죠.

─ 그 해 겨울에 삼청동의 학병동맹을 습격했다는데 그 얘기를 좀 해주시죠. 국군경비대가 학병동맹이랑 관련이 있었던건데.

─ 국군경비대는 학도병, 일본군,징병군, 실전전투의 군사훈련을 받은것이고 학병동맹은 군사조직을 떠나서 순수한 학생조직이었죠.

─ 불시에 습격했다고 하던데 그 사건이 일설에 의하면 경찰에서 했다는 얘기도 있고, 김선생님 조직이 했다고 하는 주장도 있는데 어떻게 된 겁니까?

▲ 그거야 당연히 우리가 한 거죠. 하지만 경찰의 부탁을 받아서 한 거니 경찰에서 했다는 얘기도 맞기는 하지요. 경찰이 저에게 부탁한 것은 대한민청으로 이름을 바꾼 바로 뒤였어요. 지난번에 얘기한 학병동맹을 습격하기 바로 전 일이지요.

최련씨라는 경찰 간부가 있어요. 장택상 수도청장의 경찰 고문을 했던 사람인데요. 경찰 간부로는 가장 높은 분이지요. 그분이 자기 비서를 보내 나를 만나자고 해서, 충무로의 태극당에서 조금 올라가서 언덕 밑에 있던 천양본인가 천양사인가 하는 요리집으로 갔어요.

일정 때는 가장 큰 일본 요리집이었는데, 해방 후에는 한국 사람이 맡아서 하고 있었지요. 1시 조금 넘어서인가 점심을 했지요.구석방에 가니 최씨가 기다리고 계시다가 아주 반갑게 맞이해줘요. 웬일이냐고 물으니까 아주 중요한 얘기가 있다면서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나가서 전화를 걸고 다시 오셨어요. 최씨는 그동안 공산당을 많이 죽여 경찰계에서는 아주 유명한 사람입니다. 일제 시대 때 순사에서 시작해서 조선 사람으로 경찰 부장까지 지낸 사람이니까요. 그 양반이 해방을 함흥에서 맞이했습니다.

함흥 형사과장이었으니까. 근데 형사과장은, 고등과장이라고도 하는데, 사상범을 다루는 일을 하잖아요. 게다가 함경도는 공산당이 들끓는 곳입니다. 만주나 블라디보스토크도 가깝고 하니 아주 힘든 자리지요. 그 양반이 아무래도 장택상 씨한테 코치한 것 같아요. 장택상 씨는 영국의 옥스포드 대학 출신이기 때문에 공산주의가 얼마나 지독한지 잘 모르거든요.바로 장택상 씨가 왔어요. 장택상 씨에게 전화를 한 거지요. ‘아유, 두한이, 참 오래간만일세. 너무 수고해 주어 참 고맙네’ 라고 말하며 위로해주더군요. 참, 장택상 씨가 제스처를 잘합니다. 우리만 해도 그때 순진했으니까.

점심이 나오자 맥주 한 잔 놓고 얘기를 시작했어요. ‘우리 김 동지가 이번에 나라를 위해 꼭 한 가지 일을 해 줘야겠네’. ‘그게 뭡니까?’ ‘이걸 우리가 하지 않으면 나중에 아주 두통거리가 돼요.’그분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군사 조직보다 더 골치 아픈 게 바로 학생 조직이다. 학생조직이 좌경화되면 대학이 많은데다 대학생들이 모두 인텔리라 파급 효과가 크다는 거였지요. 그 사람들이 고향과 군에 들어가면 발언권이 아주 셉니다. 아무래도 많이 배워 언변이 뛰어나지 않겠습니까. 이 학생 조직이 고향으로 돌아가 농민 사회로 파고 들어가면 순진한 사람들은 쉽게 선동이 된다 이 얘깁니다.

사실 일반 대중이야 거의 백지 상태 아닙니까. 공산당 이론에 대해서 전혀 모르니까 대학생들이 좋은 것만 골라 얘기하면 홀딱 넘어가는 거지. 그래서 학생 조직을 분쇄시켜야 한다는 얘기였지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말했어요. ‘아니 경찰은 두었다 뭐하고 이런 일을 나한테 시키는 겁니까.’ 그랬더니 ‘이 사람아, 우리 경찰이 건드리면 나중에 문제가 돼’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면 UN총회에서 다뤄지고 그러면 한국 독립도 힘들게 된다, 이 얘기였지요.
‘독립된 국가의 경찰이라면 문제가 아니겠지만 군정 하에서는 하지중장으로부터 불덩어리가 떨어지면 내가 녹아, 내가 녹으면 일을 못해’ 이러더군요. 그러니까 제가 이 일을 맡아 주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학생들이니까 총으로 쏘거나 죽이지는 말고 과격하게 하더라도 문제가 생기지는 않도록 간청했어요. 그래서 제가 하겠다고 약속하고 장택상 씨와 만난 다음날 부하들 가운데 체격 좋은 놈으로 1백 명을 골랐지요.

곡괭이 자루 있잖아요? 박달나무와 참나무로 만든 곡괭이 자루를 차에 실어서 삼청동 옆 들판 창고에 갖다 두었어요. 그 창고 부근에 토끼에서 피를 뽑아 연구하던 곳이 있었어요. 그 창고를 경찰이 지켜줬지요. 그리고는 밤 2시에 1백 명의 대원을 데리고 곡괭이 자루 하나씩을 들고 쳐들어갔지요. 당시 학병동맹 훈련소가 거기서 그리 멀지 않았거든요.

자는 놈들을 습격했는데 의외로 반항이 있어서 부하들에게 조심하라고 시켰지만 곡괭이 자루에 몇 놈이 맞았어요. 그래서 삼청동 부근이 피바다로 얼룩져 버린 사건이 발생했죠.

(입력일 : 2007.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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