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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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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한 편 - 제27화 국군준비대 습격
김두한 편
제27화 국군준비대 습격
1969.11.13 방송
1969년 10월 14일부터 1970년 1월 26일까지 방송된 ‘노변야화’ 김두한편에는 김두한의 출생부터 종로 주먹, 국회의원으로 활약하기까지의 인생역정이 담겨있다.
▲ 그때는 경찰이라고 해봐야 전국을 합쳐서 몇 백 명밖에 안 되던 시절입니다. 게다가 경찰이 군인들과 전쟁을 할 수 있나요. 경찰은 치안이나 담당하던 사람들인데 싸울 줄을 알아야지. 그래도 장덕수 같은 분이 한민당에 있었기에 국군준비대의 위험성을 미리 알아차린 겁니다.

장덕수 선생이 누굽니까? 내가 보기에 장선생은 정치이론이나 정치견해가 이승만 박사나 백범 선생보다 더 뛰어난 분이예요. 장덕수 선생이 젊었을 적엔 공산주의 이론에 심취하지 않았어요? 그 장선생이 레닌에게 한국공산당을 조직하라는 밀명을 받고, 공작금조로 준 35만원을 들고 그대로 미국으로 튀었지요. 레닌을 만날 만큼 뛰어난 공산주의 이론가였지만 고국에 돌아와서는 민족주의 진영에 서서 한민당 총무부장으로 있었던 겁니다.

저도 장덕수 선생에게 공산주의의 잘못된 점을 여러 번 강의 들었는데 무식한 나지만 머리에 쏙쏙 들어옵디다. 그걸 내 부하들에게 다시 설명해주곤 했거든요. 장덕수 선생은 공산주의는 피의 혁명을 원하기 때문에 국군준비대가 틀림없이 무력을 사용할 것이라고 감지한 거예요. 그래서 고민 끝에 내게 부탁한 거지요. 군사조직도 없고 경찰도 못믿으니까.

한데 그 전에 미군한테 무장을 해제당해 무기가 없었잖아요. 그 얘길 장덕수 선생에게 했죠. 그랬더니 장택상 씨가 무기를 책임지겠다고 해요. 지금 중앙청 옆에 경찰별동대 본부가 있었는데, 거기에 경찰전문학교 무기창고가 있다는 거예요. 총이 5천자루가 있는데 그걸 전부 줄 테니 소문 안 나게 가져 가서 일을 치르라는 거죠. 뚝섬 근처 한강변에 자갈천이라는 인적이 드믄 벌판이 있었어요. 그곳에 총을 갖다 놓으면 우리가 가져 가겠다고 했지요. 3천 명만 동원하면 충분하니 3천 자루만 달라고 했지요.

─ 장택상 씨는 그때 군정의 수도청장이었죠?

▲ 네. 수도청장이니까 경찰의 총수인 조병옥 박사와 상의해서 총을 구해줄 수가 있었던 거지요.
총 외에도 수류탄을 비롯해 실탄, 기관총까지 갖다 놓았더군요. 총을 인계한 나는 특공대원을 차출하기 시작했습니다.

1만 2천 명 중 체격이 크고 뚱뚱한 사람은 전부 뒤로 빼는 거예요. 그러면 키가 조그만 사람만 남거든요. 뚱뚱한 친구들이 ‘저희는 왜 뒤로 가야 합니까?’ 하고 묻죠. ‘너는 필요 없어, 저리 가’ 정면 습격할 때는 체격이 큰 게 유리하지만 비밀리에 기습할 때는 체구가 작은 놈이 더 낫지요.

제주도 조랑말 있지 않습니까? 조그만 놈이 아주 야물지요. 사람도 키가 작고 곱슬머리, 옴폭 눈 등이 아주 독하지요. 피부도 하얀 사람보다는 노랑이 더 독하구요. 곱슬머리에 옴폭 눈에게 걸리면 큰일 나요.

작은 놈이 독하고 사람 잘 죽이지, 덩치 크고 뚱뚱한 놈은 겁이 많아요. 뱃살이 많은 놈은 살이 흐물흐물해서 안 돼요. 또 덩치가 작더라도 눈이 크면 안 돼요. 겁이 많으니까. 그런 놈들 데리고 가면 일 다 잡쳐놓아요.

그런데 그런 놈들만 추리니까 천 5백 명이 조금 넘을 정도밖에 안 돼요. 총은 3천 자루인데. 하지만 어쩌겠어요. 일 잡칠 수는 없으니까. 하는 수 없이 야간천막 쳐놓고 남은 무기를 지키라고 해놓고 천 5백 명만 데리고 떠났지요.

차는 남산공원 올라가는 곳에 쭉 세워놓았더군요. 운전사에게 1만 원씩은 줘야 합니다. 원래 1천5백 원이면 되지만 총을 든 대원들을 수송하는 거니까. 그들은 영문도 모르고 무조건 가는 겁니다. 조수석에는 총 가진 대원이 앉아 있으니까 꼼짝도 못하죠.

그러고나서 출발하는데 밤 12시쯤 됐나, 제 1한강로에서 이태원, 동대문으로 가는 길 곳곳에 경찰 간부들이 나와 지키고 있어요. 일반 경찰들 시키면 혹시 좌익에게 정보가 새나갈까봐 그런 거지요. 근데 수송만 해서 되나요. 처음 본 총이니까 연습을 해야지요.

38 구경식 옛날 총의 격발대를 잡아 당기고 총알 넣는 게 좀 힘듭니까. 실탄 연습은 못하고 차안에서 격발 연습만 하게 한 뒤 출발을 했지요. 조모, 신모, 김모 등 별동대 대장들은 오토바이 타고 뒤쫓아 갔는데 길이 그때만 해도 울퉁불퉁 억수로 나빠서 도착하니 근 3시가 됐어요.

─ 새벽 3시요. 그럼 그때까지 그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나요?

▲ 네, 전혀 모르고 있었죠. 장교 훈련소가 지금의 육사 자리입니다. 그때 목조 건물이 6개가 있었어요. 2층짜리지만 제법 컸어요. 전부 6개 동이지만 1, 2층으로 나뉘어져 있으니까 12개잖아요. 그래서 부하들을 12개조로 편성했지요.

(입력일 : 2007.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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