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병대에 끌려가 감옥에 갇혔는데 어디서 ‘김두한’ 하고 불러요. 간수들이 들어와 양쪽에서 팔을 끼더니 수갑을 채우고 검정보자기를 탁 씌워 가지고 오토바이 옆에 태워서 데리고 갔습니다.
어떤 언덕 위의 집으로 들어가 다시 지하실로 내려가 검정보자기를 벗기니까 컴컴한 지하실에 빨간 불이 켜져 있는데, ‘꿇어 앉아라’ 하고는 ‘저거 봐라’ 해요. 거기에는 뼈다귀만 남은 사람 7, 8명이 매달려 죽어 있었어요. 겁을 주려고 고무로 만든 사람을 걸어놓은 것을 그땐 몰랐어요.
너도 저렇게 만들겠다고 겁을 주고 있는데, 상관이 들어왔어요. 수사과장인데, 대위지만 서른살쯤 된 것 같았습니다. 박달나무로 만든 몽둥이로 대가리를 탁 치니 불이 번쩍하면서 피가 주루룩 흘렀습니다. 내가 죽더라도 죄목은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네 죄를 모르느냐. 대위와 중위 2명을 때린 죄가 있지 않느냐’고 합디다.
‘난 틀림없이 천황 폐하의 적자인데, 천황폐하가 군인에게 칼을 하사할 때 같은 적자를 죽이라고 하사했습니까, 적병의 목을 치라고 했습니까. 그런데 한양 바에서 내가 반항하지 않았다면 일본을 대표한 레슬링선수 황병관과 나는 목이 잘렸을 겁니다’ 하면서 ‘나는 그 헌병을 죽이려고 한 것이 아니라 방어를 하기 위한 것이었다’하고 조목조목 따지니까 할말이 없어졌는지 나를 한참 쳐다보더니 다시 감옥으로 보내서 한숨을 휴 하고 쉬었지요.
닷새 동안 내버려 두더니 2층으로 데리고 올라가 헌병대장과 수사과장 앞에 앉히더군요.
(입력일 : 2007.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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