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무옥이가 유도 4단인데 전라도 일대에서는 최고였습니다. 박치기와 발길질도 잘했어요. 무옥이에게 종로 경찰서에 가서 마루오카와 시합을 하고 한 수 배우겠다고 간청하라고 지시했지요. 유도할 때는 인종 차별이 없습니다.
무옥이가 ‘선생님 제가 배우러 왔는데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했죠. 마루오카한테는 못 당합니다. 한달 동안 질질 끌려다니며 메치기 당하면서 마루오카의 장단점과 동작을 다 알아차렸지요.
그래서 무옥이를 데리고 사흘 동안 연습을 했지요. 무옥이가 잡으려고 들어오면 무옥이의 정갱이를 오른발로 걷어차 무릎을 딱 꿇게 한 뒤 척추뼈를 치면 열십자로 뻗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던 겁니다. 우미관 옆에 ‘가치도키 바’라고 여급이 한국 여자만 60명 정도 있었어요. 마루오카가 한국말을 유창하게 합니다.
하루는 마루오카가 광교 다리에서 백영상회를 운영하는 부자와 술 한잔하러 그 바에 왔습니다. 백영상회 주인이 술을 마시다 소변을 보려고 내 옆을 지나가길래 발을 꽉 밟아 시비를 걸었지요. 나를 치려고 하길래 번쩍 들어 테이블 위로 던져버렸지요. 그러자 마루오카가 ‘넌 누군데 싸움을 거냐’고 묻기에 ‘내 이름을 모르냐, 김두한이다’ 했죠. 싸우려고 바깥으로 나가는데 바에서 전화를 걸었는지 어느 틈에 경찰들이 몰려왔어요. ‘나는 조선사람이고 너는 일본 사람이지만 무사도의 정신으로 싸우자. 팔다리가 부러지든 대가리가 쪼개지든 고소하지 않는다는 조건에서 싸워보자’고 했지요. 웃옷을 벗었더니 경찰들이 둘러싸요. 마루오카가 저리 가라고 하더군요.싸움은 기싸움에서 밀리면 지는 겁니다.
마루오카는 대단한 놈이더군요,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저를 쳐다보는 거예요. 저는 긴장했습니다. 연습한 걸 한 번에 성공시켜야 한다고. 두 번은 못하는 거니까. 마루오카가 휙 들어올 때 왼쪽으로 쑥 빠져서 바른 발로 정갱이를 냅다 치면서 빠져나갔단 말이에요. 아무리 장사라도 발길로 정갱이를 채이면 온 신경이 다 죽는 거예요. 시멘트로 만든 쓰레기통도 발길로 탁 치면 둘로 쪼개지는데, 인간의 정갱이가 얼마나 약합니까. 마루오카가 옆으로 찌그러져요. 그때 목 급소를 공격하고 공중으로 날아올라 등뼈를 확 찍었지요. 그래도 비틀비틀 일어나요. 다시 공격하니까 그때서야 쭉 뻗더군요. 나중에 들으니까 대학병원으로 실려갔다고 해요
(입력일 : 2007.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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