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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한 편 - 제13화 일제시대 일본형사들과 겪었던 얘기
김두한 편
제13화 일제시대 일본형사들과 겪었던 얘기
1969.10.28 방송
1969년 10월 14일부터 1970년 1월 26일까지 방송된 ‘노변야화’ 김두한편에는 김두한의 출생부터 종로 주먹, 국회의원으로 활약하기까지의 인생역정이 담겨있다.
─ 종로서 고등계 ‘미와’ 형사와는 악연이었지요?

▲ 종로경찰서 고등계 주임인 이 사람에게 고문 당하지 않은 독립운동가가 없었지요. 사상범만 다루었는데 얼마나 악질인지 이 놈한테 한번 걸리면 빠져나오질 못했어요. 미와는 어머니와 할머니가 계실 때부터 우리집에 드나들었을 정도로 나를 잘 알아요.

하루는 경기도 경찰국장인 오카와 단게 경무국장이 나를 만나는 자리에 ‘삼륜이(미와)’를 불렀더라구요. 미와는 내가 독립군 사령관 아들이라는 것 때문에 항상 사람을 따라다니게 하면서 압록강을 건너 만주로는 못 가도록 감시했어요.

어쨌든 명월관에서 같이 술을 먹는데, 계급도 제일 아래인 미와가 단게 경무국장을 포함한 경찰 간부들이 나와 얘기하는 것을 일일이 수첩에 적는 거예요. 그 사람이 한국에서 자라서 우리말이 유창하거든요. 기분이 나쁘더라구요. 술도 한 잔 먹은 김에 버릇을 고쳐놔야겠다고 생각했죠. 당신에겐 상관이 되는 사람들과 술 먹는 게 잘못된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적느냐고 꾸지람을 했죠. 맥주병을 깨뜨려 막 던지려는 찰나에 보안과장인 야기노보가 붙들면서 참으라고 하더군요. 야기노보가 김두한 군과 함께 있는 이 자리는 문제될 것이 없으니 적을 것 없다고 미와에게 얘기해서 일단 넘어갔어요.

8월 15일이 됐는데 갑자기 미와를 그냥 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총을 지니고 미와 집으로 찾아갔어요. 그의 집은 남산 드라마센터에서 좌측으로 들어가 셋째 집이었어요. 갔더니 사위와 손주들만 있지 미와가 없길래 조선 식모를 협박해서 지하실 반공호에 숨어 있다는 걸 알았어요. 가족들이 보면 안 될 것 같아 끌고 나와서 남산 약수터 부근에 있는, 나라를 위해 애쓰다 죽은 사람들을 위한 위령탑으로 데리고 가서 그곳에서 죽여서 파묻어 버렸어요. 순국 선열에 대한 복수를 제가 한 거죠. 미와 말고도 고등계 형사 부장하던 일본놈도 죽였죠. 독립군을 엄청 고문한 놈이었죠.

(김두한의 회고록 <피로 물들인 건국전야>에는 이 부분이 나오지 않는다. 회고록을 보면 해방 직전 항일학생의거 ‘박춘금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종로서 유치장에 있다 8월19일에 나왔다고 되어 있다. 미와 형사를 죽였다고 하는 부분은 그가 유치장에서 나오자마자를 이야기한 것인지 확실치 않다.-편집자)

─ 일본 경찰이나 군인, 헌병들과 싸운 적도 있나요?

▲ 마루오카라고 종로경찰서 유도 선생이 있었어요. 4단이었는데, 이 사람이 얼마나 세냐면, 일본 천황 앞에서 하는 어전시합에서 전 일본과 만주, 조선까지 다 합쳐서 4연패를 했어요. 유도선수들에게 일단 붙잡히면 옷이 찢어지면 찢어졌지 절대 놓지 않아요. 엎어치기 하면 공중으로 붕 떠요. 떨어질 때 팔을 꺾어 쥐면 그대로 부러져요. 일본 경찰들이 하도 조선 사람들을 못살게 굴어서 마루오카를 합법적으로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본 경찰 때리면 몇 년 징역형이니까.

(입력일 : 2007.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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